들어가며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나눔이 아닙니다. 기부자의 기대와 신뢰에 응답하는 방식은 ‘감사 인사’보다 더 깊은 무게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기부자에게 결과를 보여주고, 기부자의 여정을 대학 모금기관과 함께 연결하는 것, 즉 기부자 보고(donor reporting)는 기부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기부자 보고는 단순히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이라기 보다 그 기부가 누구의 삶을 바꾸었는지, 어떤 변화가 시작되었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기부자에게 ‘내가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게 한 중요한 사람이였구나’라는 확신과 감동을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를 통한 기부만족감은 그 경험이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지게 하며,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의 2022/2023 기부보고서는 단순한 연례 보고서를 넘어, 기부자와 대학, 그리고 사회를 연결하는 신뢰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기부보고서를 보며, 해외대학은 어떤 방식으로 기부자 보고가 이루어지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기부보고서 : See the Possibility
우리나라 대학에서 모금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대학은 기부금 모금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기부를 하고, 그 기부금은 어디에 사용되며, 기부자들에게는 어떤 내용으로 보고가 이루어나 궁금했습니다. 저는 그런 궁금증에서 출발해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대학은 QS 세계 대학 순위 2025(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5)에서 세계 8위에 올랐으며, 아시아 대학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한 대학교입니다. 학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의 2022/2023 기부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을 읽으며 기부가 단순한 재정확보를 넘어 기부자와 신뢰를 만드는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에는 모금한 기부금의 규모, 그 사용처, 그리고 이 모든 가능성에 함께한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의 회계연도 동안 총 9,189명의 기부자들이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에 기부를 했고, 그 기부금의 총액은 약 S$244.1M,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2,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기부금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과 혁신 연구, 지속가능한 캠퍼스 환경 조성,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는 특히 5대 핵심 분야(사회이동성 및 공동체, 스마트 기술, 건강한 장수, 혁신과 기업가정신,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부금을 배분하며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고서를 살펴보며 그 중에서도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체 기부자 중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기부자는 바로 동문(Alumni) 이었습니다. 전체 9,189명의 기부자 중 무려 8,068명, 약 88%가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동문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기부참여가 아닌,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해 온 동문 참여 중심의 기부문화의 결과로 보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동문 기부자 수는 매년 5,00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캠페인이나 특정 목적 모금뿐 아니라 연차별 통계의 기부(Annual Giving)에서도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는 단순히 졸업 이후 소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문을 대학의 공동 기획자이자 지속가능성 파트너로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연례기부 캠페인에는 졸업생 커뮤니티가 참여하며, 학교는 이들에게 기금 사용처에 대한 정기 리포트를 제공하고, 오프라인 행사나 온라인 감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기부자는 '돈을 낸 사람'이 아닌 '함께 성장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보고서에는 기부에서 동문 참겨의 가치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도 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어린 시절 싱가포르로 이주한 Kee Qian Ling 씨는 기부자 보고서에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고,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직접적으로 학교와 기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이 작성한 글을 직접 발췌하였습니다. "NUS helped me learn under some of the best professors, and gave me the opportunity to do research with some of these people. Through the NUS education, I discovered my interest inscientific research and hope to pursue that in the near future." 이처럼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의 기부보고서는 단순한 수치의 나열을 넘어, '기부의 영향력'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동문 기부가 기부문화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대학모금은 확장성에 있어 한계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다시금 답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문은 학교의 역사와 가치를 함께 공유해 온 사람들로서,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단순히 졸업 후 후원을 요청한다고 해서 자발적인 기부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의 사례처럼 관계 형성을 통한 참여 설계, 피드백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동문이 기꺼이 다시 대학을 돕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면서
앞으로의 모금 전략에서 '누구에게 요청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많은 경우,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동문이라는 존재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의 보고서는 이 점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며, 우리가 기획하는 모금 전략에서도 동문을 중심에 두는 설계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기부자 보고서 살펴보기 Publications
https://nus.edu.sg/nusgiving/news-and-events/publications
nus.edu.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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