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기부자와의 관계는 언제 시작될까요? 기부자와 모금기관은 많은 사람들이 기부가 ‘완료’된 시점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기부자가 우리 단체에 마음을 내어 기부금을 납입한 그 그 순간, 우리는 그들을 돈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 기억되고 존중받는 사람으로 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을 만들어주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 바로 전화 한 통입니다. 오늘은 기부자와의 전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화 커뮤니케이션, 단순한 감사가 아니에요
국내외 모금기관에서는 기부자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단순한 예의나 감사 표현으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향후 지속적인 관계 형성, 그리고 모금기관의 성장을 위한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터치포인트로 간주됩니다. 단 한 번의 전화가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의 깊이를 더하며, 재기부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부자와의 전화는 그 시기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기부 직후의 ‘감사 전화’입니다. 기부가 이루어진 직후 빠르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 기부자는 자신이 한 행동이 바로 기억되고 존중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경험은 모금기관과 기부자 간에 신뢰를 쌓는 가장 효과적인 첫걸음입니다. 그다음으로는 기부자 개인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화입니다. 특히 고액기부자나 장기 후원자에게 생일이나 명절에 전화를 걸어 인사를 전하면, 보다 인간적인 연결이 형성됩니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관의 일원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갖게 되며, 이는 장기적인 관계 유지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일시기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기기부 전환 유도 전화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정기후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지난 기부가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공유하고, 그 감동을 함께 이어가자는 제안으로 다가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부자 스스로가 자신의 기부가 의미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면, 정기후원으로의 전환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부자가 행사에 참여한 이후에 전화를 드리는 것도 좋은 접근입니다. 행사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묻거나, 아쉬운 점이나 좋았던 부분을 공유받는 과정은 단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다시금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관의 최근 소식이나 캠페인 정보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식은 지지와 연대를 요청하는 전화입니다. 단체가 진행 중인 사회적 캠페인에 대한 서명 요청이나, 동참 메시지 전달 등을 위해 연락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기부자에게 단순한 재정적 후원자 이상의 의미, 즉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연대자’로서의 소속감을 만들어 줍니다. 결국 기부자와의 전화는 단순한 접촉이 아닌, 전략적 관계 구축의 시작입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시점에, 어떤 태도로 다가가는지가 그 관계의 깊이를 결정짓습니다. 기부자는 우리가 보낸 문자보다, 우리가 남긴 인쇄물보다, 우리가 들려준 진심 어린 목소리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전화 한 통이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실무자는 그 짧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다양한 전화 커뮤니케이션 사례
실제로 해외 여러 모금기관에서는 이러한 ‘전화’의 가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UNICEF 캐나다는 기부자의 연령, 관심 분야, 과거 기부 패턴 등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전화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각 기부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개인화된 접근을 시도한 것이죠. 더불어, 전화 전담 인력을 두고 감사 및 정기기부 전환을 전문적으로 운영한 결과, 정기기부 전환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영국의 University of Oxford는 ‘Thank You Calling Week’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이 직접 졸업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학교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단순한 모금 요청 없이 따뜻한 연결을 만드는 이 시도는, 실제로 졸업생의 재기부율을 15% 이상 끌어올린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charity: water는 기부 이후 2주 내에 기부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기부로 이런 변화가 일어났어요”라는 실제 사례를 공유합니다. 기부 직후의 감정이 가장 생생한 시점에 변화를 직접 알려주는 이 접근은 기부자에게 감동과 실질적 보람을 동시에 전달해줍니다. 이 덕분에 1,000명의 기부자 중 약 20%가 자발적으로 재기부를 선택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화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기부자의 경험을 완성시키고 기관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전략적 접점입니다. 짧은 인사,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진심 어린 한 문장이 기부자와 다시 연결되는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무자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화 커뮤니케이션 스크립트 예시
전화 커뮤니케이션이 끝나면 우린 뭘할까.
기부자와의 전화는 단지 통화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이후의 관리까지 포함되어야 관계가 완성됩니다. 통화가 끝난 후에는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에 반드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통화했는지, 기부자의 반응은 어땠는지, 어떤 관심사를 표현했는지를 정리해두면 다음 접촉 시 더욱 맞춤화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기부자의 언어나 표현, 반응을 놓치지 않고 축적하는 것이 큰 자산이 됩니다. 만약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면, 그저 포기하기보다는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간단한 인사를 남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부재중이셔서 문자로 대신 인사드립니다”처럼 짧은 메시지만으로도 기부자에게 ‘내가 기억되고 있구나’라는 따뜻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는 전화 업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전화 전담팀을 두거나, 전화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기간제로 기획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말에 ‘감사 주간’을 운영하여 집중적으로 기부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그 해의 변화를 공유하는 일정을 잡는 것이죠. 이러한 집중적 운영은 실무자들의 효율성과 기부자의 체감 만족도 모두를 높이는 좋은 전략이 됩니다.
전화는 짧지만 어떻게 기부자와 소통하느냐에 따라 기부자에게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한 통의 전화가 기부자를 재기부자로, 참여자를 지지자로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그 따뜻한 연결은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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