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모금기관의 고액기부자는 단지 큰 금액을 기부한 사람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은 조직의 비전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후원자 그 이상'의 존재가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액기부자와의 관계를 한 번의 감사 편지나 이름이 새겨진 명패만으로 감사와 관계를 끝내서는 안 됩니다. 고액기부자 예우 프로그램은 단순한 예우가 아닌, 공동의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십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모금기관은 기부자의 기여를 존중하고, 그 여정 속에서 ‘가치의 공유자’로 대우함으로써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고액기부자를 위한 예우프로그램은 기관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제가 본 한국사회 모금기관에서의 고액기부자예우 프로그램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이런 고액기부자 예우프로그램 중 그 기부자가 강연자가 된 기부자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던 것에 대해 이야기 보려고 합니다.
고액기부자 예우프로그램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금기관에서 고액기부자 예우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주로 논의됩니다. 일정 기부금액 이상에 따라 기부자의 존함을 기관의 중요한 장소에 남겨주는 명예의 전당이 있습니다. 아너월(wall of honor)이라고도 합니다. 기부자의 후원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다는 의미로 많은 모금기관에서 조형물의 형태로 공간을 조성합니다. 그 외에도 일정 기부금액과 조건을 가진 후원이었다면, 그 조건에 따라 후원금의 집행절차와 방법도 있지만, 기부자의 이름을 명명하여, 건물과 강의실, 장학금이나 학교 운영 프로그램에 이름을 명명하는 네이밍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기부자를 위해 개인화된 맞춤선물(기념품, 손편지 등)도 있으며, 고액기부자의 경우 후원금 집행에 따른 정기 리포트나 결과보고서도 만들어 전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부자를 위한 별도의 초청행사(감사의 밤 초청, 출범식, 음악회 등) 를 진행하면서 우리 모금기관에 방문하면서 다른 기부자와도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우리 재단에 더 많은 소속감을 갖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기부자가 실제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직업을 고려하여 우리 기관의 자문위원, 평가단 등의 역할을 제안하여 참여를 제공해 볼 수 도 있습니다.
우리 기관에서는 고액기부자님을 위한 특별한 예우로 개인의 성향을 고려하여 그 분을 위한 맞춤형 예우를 기획해 보았습니다. 기부자가 책을 출간하였다거나 강연을 통해 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고액기부자라면 바로 기부자가 직접 강연자가 되어 무대에 서는 '특별 강연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기부자가 강연자가 된 행사 기획
강의는 기부자께서 후원해 주신 분야의 수혜자와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행사는 기부자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되었고, 이어 기부자 소개, 직접 전하는 나눔의 철학과 여정, 그리고 학생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이날 강연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기부자가 걸어온 시간과 마음을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였습니다. 이후 기관에서는 기부자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고, 이어지는 리셉션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기부자와 인사를 나누며 따뜻한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기부자가 강연자가 되는 시간’은 단순한 예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삶을 존중하며, 그 가치를 많은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또 다른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모금 전략이기도 하였습니다. 강연 이후, 기부자님께서도 이번 행사를 준비한 우리 모금기관에 고맙고, 여러 장소에서 강연을 해 보았지만, 이번 강연은 본인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었다는 말씀에 준비를 한 보람되었습니다.
마치면서
기부자를 위한 예우는 단순한 감사의 표현을 넘어, 그분의 선택과 여정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단 한 번의 리셉션, 한 권의 책, 한 장의 편지에도 진심이 담긴다면 그것이 곧 감동이 됩니다. 기획은 어렵고 수고스러울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기부자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감동은 정성에서 나오고, 그 정성은 기부자를 다시 기관의 든든한 동반자로 이끌게 됩니다. 기부예우는 전략이 아닌, 관계의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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