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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실무노트

기부자 데이터베이스, 왜 그리고 어떻게 관리할까?

by happy moment 2025. 4. 6.

들어가며 

기부는 단순한 후원금 전달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부자의 신념과 정체성이 우리 조직의 가치와 만나,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는 ‘연대의 행동’입니다. 특히 대학의 발전기금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기부자는 이미 졸업생,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라는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처럼 기존의 유대감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관계 기반 모금 (relationship-based fundraising) ' 입니다.  오늘은 우리 모금기관의 후원자가 아닌 동반자로 기부자 데이터 베이스를 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부자 환경 이해하기 

기부는 사람의 감정과 신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기부자라도, 어떤 시대에 어떤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느냐에 따라 기부 여력, 관심, 행동 방식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금기관은 단지 ‘기부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부자가 놓여 있는 정치(P), 경제(E), 사회(S), 기술(T) 환경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부자의 심리와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현실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첫번째 정치적 환경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정치/정책기부와 밀접한 대표 정책은 세제 혜택입니다. 법정기부금 세액공제, 고액기부자에 대한 세금 감면, 기부금 영수증 간소화 등은 모두 기부 행동을 촉진하는 인센티브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세법 변경, 기부금 제도의 불투명성, 공공 신뢰 하락은 기부자에게 의구심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법과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며, 기부자에게 최신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책임이 있습니다. 두번째, 경제적 환경입니다. 기부는 결국 가처분 소득의 일부로 이뤄지는 행위입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부 여력이 감소할 수 있고, 물가 상승은 기부의 체감 부담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MZ세대처럼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높은 세대에서는 금액보다 ‘가치 있는 소비’가 중요한 기부 촉진 요인이 되기도 하죠. 기부를 설계할 때에는 단지 목표 금액이 아니라, 경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세번째 사회적 상황입니다. 이 사회적인 상황은 모금기관은 기부환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기부 문화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확산되기도, 위축되기도 합니다. 이타심과 연대감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기부가 활성화되고, 반대로 개인주의나 신뢰 저하가 지배적인 환경에서는 참여율이 낮아집니다. 최근 들어서는 ‘나눔의 자긍심’, ‘사회적 인증’을 중시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기부도 점점 더 퍼스널한 참여와 자기표현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즉, 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기부의 흐름도 놓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넷째, 기술적 요인입니다. 기부는 이제 오프라인 모금함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모바일 앱, 자동이체 시스템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기부 제안, 정기기부 스케줄링, 블록체인 기반 기부 추적 시스템 등 기술은 기부의 방식뿐 아니라 기부자 경험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모금기관은 단순히 기부금 수납만 할 게 아니라, 기술을 통해 기부자가 얼마나 편리하고 의미 있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기부자 프로파일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프로파일링을 통해 공통점에서 기부자 유대감을 만듭니다. 이 프로파일링은 우리 모금기관에 누가 기부했느냐를 넘어 왜, 어떻게, 어떤 흐름속에서 기부를 했는지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부환경 기부자와의 접점을 살펴봅니다.

 

이름 / 나이 / 성별 생일 알림, 세대별 캠페인 타겟
학과 / 졸업연도 / 동문회 단과대별 캠페인 기획, 그룹별 감사이벤트
직업 / 소득수준 맞춤 캠페인 설계, 고액/소액 기부 유도
거주지역 지역 행사 초청, 행사 설계
취미 골프/바둑/등산 대회 초청 등 참여형 이벤트
혼인 여부 / 가족 구성 유산기부, 가부금 유형 설정
기부 이력 신규/반복/정기/고액 기부자 분류 및 관리

 

기부자 세분화 기준 – 데이터는 정성으로, 관리 기준은 정교하게

모금 전략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부자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부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소통과 관계 설계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부자 세분화(Segmentation)입니다. 기부자 세분화는 단순한 숫자 나열이 아닙니다. 데이터는 정성적으로 읽고, 관리 기준은 정교하게 설정해야 진짜 의미가 살아납니다. 다음은 모금 실무자가 고려할 수 있는 주요 세분화 기준들입니다. 첫번째, 나이입니다. 기부자의 연령대는 기부 방식과 관심 분야를 구분하는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20~30대는 공익적 소비나 정기 후원에 관심이 높고, 60대 이상은 유산기부, 명예기부에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연령대별로 콘텐츠 톤, 채널, 기부제안을 차별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번째 성별입니다. 기부에 성별이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특히 감사 선물이나 기념품 선택, 커뮤니케이션 취향에서는 성별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예컨대 여성 기부자에게는 실용성과 감성 중심, 남성 기부자에게는 간결한 정보 중심 리포트가 더 선호될 수 있습니다. 세번째, 기부방식입니다. 한 번만 기부한 ‘일시기부자’와 꾸준히 참여하는 ‘정기기부자’는 관계 설정 전략이 전혀 다릅니다. 또한 소액/고액에 따라 참여 유도 콘텐츠의 깊이와 톤도 달라져야 하죠. ‘기부 방식’은 단순한 분류 기준이 아니라, 기부자의 여정 단계(stage)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네번째 기부경험입니다.  ‘신규 기부자’, ‘재기부자’, ‘복귀기부자’는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복귀기부자는 과거에 우리 단체와 연결되었지만 중간에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귀중한 인연입니다. 이들에게는 과거 이탈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관계 복원이 필요합니다. 다섯번째, 대학모금기관은 동문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학이나 학교 재단의 모금기관에서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재학생 → 졸업생 → 동문 → 평생 후원자로 전환될 수 있는 흐름을 그려야 하며, 각 시기에 맞는 콘텐츠와 이벤트, 참여 구조가 필요합니다. 동문 기부는 단지 금액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정체성과 소속감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각 기준은 별개로 존재하지만, 운영할 때는 통합적으로 조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대 여성 동문이면서, 정기 후원을 시작한 신규기부자라면, 이 정보를 통합적으로 읽어내야 정확한 콘텐츠, 리포트, 환대 전략이 설계됩니다. CRM 시스템이 있다면 태그를 복합적으로 설정하고, 정기적으로 기부자 군을 점검하면서 마케팅 흐름을 조정하세요. 결국 세분화는 데이터를 잘게 자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정성적 도구입니다.

 

마치면서

기부자 데이터베이스(DB)는 단순한 ‘명단’ 그 이상입니다. 그 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우리가 주고받은 작은 연결의 순간, 그리고 더 많은 가능성의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기부자가 처음 어떤 계기로 우리를 알게 되었는지, 어떤 메시지에 마음을 열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지… 이 모든 기억들이 축적되어 있는 것이 바로 기부자 DB입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단순한 기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부자를 만나는 기부문화 확산의 단서가 되고, 이전 참여를 기반으로 후속 참여를 유도하는 자산이 되며, 작은 접촉을 이어가며 정서적 신뢰를 쌓는 도구가 되고, 결국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기부 관계로 연결되는 기반이 됩니다.

결국, 기부자 DB는 단순한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기부자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걸어온 여정을 기억하는 조직의 ‘기억 저장소’입니다. 이 기억을 얼마나 정성껏 관리하느냐가 바로, 조직의 신뢰와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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