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늘은 2025년 기부 트렌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통계로 나온 2023년의 기부금 자료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총 기부액은 약 16조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9천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개인 기부가 지속적으로 성장한 점입니다. 전체 기부 중 11조 5천억 원이 개인에 의해 이뤄졌고, 이는 한국 사회에서 기부가 점점 더 일상적인 시민 행동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반면, 기업 기부는 물가 상승과 ESG 경영 재조정 등의 요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 위에서 2025년의 기부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2025년 기부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기부 문화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부’가 아닌, 참여형·디지털 기반·성과 중심의 기부로 이동 중입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작은 기부, 큰 이야기’ 로 소액 정기기부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매월 5천 원, 1만 원씩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소액기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자동이체를 넘어서, 기부자의 여정을 공유하고, 기부가 만든 변화를 스토리로 전달하는 소통 방식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작은 금액이더라도 공감을 주는 콘텐츠가 있을 때 지속성이 생기기에 모금기관은 이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기부자의 ‘효능감’이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부자는 단지 선의를 보여주려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기부가 어떤 변화로 이어졌는지를 알고 싶어 하며, 그 결과를 통해 '내가 세상을 바꿨다'는 감정적 보상을 원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기부자의 기부효능감이 중요해졌습니다. 셋째, 공감 기반의 기부 콘텐츠 전략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숫자와 통계만으로는 움직였던 모금기관의 성과가 이제는 수혜자의 이야기, 현장의 사진, 감사 메시지 영상 등 정서적 공감 요소가 기부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핵심적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스토리 기반 뉴스레터, 기부자 영상 리포트, 감동 실화 카드뉴스 등이 그 예입니다. 넷째, ‘나만의 기부’ 로 맞춤형 참여 방식이 확대되었습니다. 기부 플랫폼들이 개인의 기부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캠페인’을 제안하거나, 기부자가 지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 기부에서는 장학금, 연구비, 인프라 개선 등 기부자의 철학에 맞는 세부 설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AI 기반 기부자 관리와 디지털 브로슈어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금기관들은 CRM 시스템을 넘어 AI 기반으로 기부자의 행동 패턴, 관심사, 반응률 등을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고, 디지털 브로슈어나 e-Book으로 참여 유도를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기부는 정성과 데이터가 함께 가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기부 트렌드와 함께 세계동향에서 본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Charities Aid Foundation(CAF)이 발표한 2023 세계 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는 전 세계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기부를 하고, 타인을 돕고, 자원봉사에 참여했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글로벌 리포트인데요. 단순한 통계를 넘어, 각 나라의 문화와 기부에 대한 시민의 태도, 사회적 연대감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로도 읽힙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무려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기부 문화의 모범 국가로 자리잡았습니다. 전체 국민의 90%가 기부에 참여하고, 65%는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전반적인 시민 참여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외 상위권에는 우크라이나, 케냐, 라이베리아, 미국, 미얀마, 쿠웨이트, 캐나다, 나이지리아, 뉴질랜드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 국가는 단지 경제력뿐 아니라, 공동체 중심의 문화, 종교적 가치, 시민 참여 전통 등의 요인이 높은 순위를 견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세계 기부 지수 상위 국가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기부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여겨진다. 기부자 활발한 국가는 공동체 중심의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기부와 자원봉사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 시스템이 존재하며,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한 보고와 참여형 캠페인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의 2023년 기부 지수 순위는 79위, 그리고 2024년에는 88위로 하락했습니다. 이 사실을 보면 경제 규모(GDP 기준)나 국제 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로,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던지게 합니다. “왜 우리 사회는 기부지수가 낮을까?” 물론 기부 문화는 단순히 순위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세금 공제 제도, 기부처에 대한 신뢰, 자원봉사 문화, 사회적 유대감, 심지어 종교와 교육적 배경까지 기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선한 의지’는 풍부하지만, ‘기부로 이어지는 구조’가 다소 약한 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치면서
올해의 기부트렌드를 살펴보다보니 과거와는 바뀐 상황이 보입니다. 이른바 ‘기부의 재정의’ 시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부는 더 이상 단순히 ‘돈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참여하고, 의미를 찾고,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이 된 부분으로의 변화가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과거 감정의 흐름에 반응하는 시대를 지나, 지금의 기부자는 정보에 기반한 선택과 가치 있는 연결을 원합니다. 2025년의 기부 트렌드를 봐도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에도 개인 기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기부 문화는 점점 더 공감과 투명성, 경험 중심 설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세계 기부 지수 상위권 국가들이 보여주는 높은 시민 참여율, 그리고 국내 대학들의 정기기부 캠페인, 감동 스토리 중심의 소통 전략 등은 모두 ‘기부자 중심’의 변화를 증명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습니다. 대학은 단순한 후원을 받는 기관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파트너로서 신뢰와 책임을 다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대학기부는 지속 가능한 사회 투자로 기능하며, 성과 기반의 필란트로피 실현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기부를 늘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기부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가?”로요.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단지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의 내일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기부자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그들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가장 진화된 ‘기부 문화’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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