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사람들은 말합니다. “커피는 집에서도 마실 수 있지만, 스타벅스는 경험을 마시는 곳이다.” 그 말처럼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닙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향과 음악, 내 이름이 적힌 컵, 사이렌 오더의 편리함, 리워드 앱의 작은 혜택, 그리고 바리스타와 나누는 짧지만 유쾌한 인사 한 마디까지—이 모든 것이 소비자에게 특별한 기억과 만족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맛'보다 '경험'을 디자인한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이 개념은 우리 비영리 조직에서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부자는 단순히 돈을 보내는 후원자가 아니라, 우리가 설계한 경험 속을 걷는 '사용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기부자에게 어떤 여정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스타벅스 사례를 통해 기부자의 기부여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기부자에게도 UX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부자에게도 사용자 경험, 즉 UX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부자는 단순히 돈을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느끼고, 공감하며, 관계를 맺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기부자를 위한 ‘경험의 흐름’을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 흐름을 기부자 여정 설계(Donor Journey Mapping)라고 부르며, 기부자가 처음 기관을 인식하고, 공감하고, 기부를 결심하고 행동하며,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여정으로 보는 개념입니다. 이 여정은 스타벅스의 UX처럼 단계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단계인 ‘인식’에서는 기부자가 기관의 존재와 미션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관심’ 단계에서는 공감과 감정적 연결을 이끌어내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결심’ 단계에서는 기부 방법이 명확하고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기부가 이루어지는 ‘행동’ 단계에서는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선 환대와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재참여’ 단계에서는 성과 공유와 지속적 참여 기회를 통해 관계를 장기화해야 하죠.
1단계: 인식 | 이 기관은 뭐 하는 곳이지? | 강렬한 첫인상, 명확한 미션 전달 |
2단계: 관심 | 나와 가치가 맞는 것 같아 | 스토리텔링, 공감 콘텐츠 제공 |
3단계: 결심 | 나도 기부해볼까? | 기부 방법의 간편화, 신뢰감 형성 |
4단계: 행동 | 실제 기부 참여 | ‘감사합니다’ 그 이상의 환대와 피드백 |
5단계: 재참여 | 다음엔 어떻게 하지? | 성과 공유, 참여 기회 제안, 지속적 관계 형성 |
기부자 여정에 스타벅스의 UX 요소를 적용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 적힌 컵은 개인화된 감사 메시지와 맞춤형 리포트를, 사이렌 오더는 간편한 모바일 기부 경험을, 리워드 앱은 참여 횟수에 따른 콘텐츠 제공을 연상시킬 수 있습니다. 향기와 음악처럼 감각적 경험은 감동적인 영상이나 수혜자 이야기를 통해 구현할 수 있고, 바리스타의 인사는 뉴스레터나 챗봇, 이메일을 통한 따뜻한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름이 적힌 컵 | 개인화된 감사 메일, 나만을 위한 리포트 |
사이렌 오더 | 모바일 기부 UI/UX 간편화 |
리워드 앱 | 참여 횟수 기반 혜택 또는 콘텐츠 제공 |
향기/음악의 감성 | 감동적인 영상, 진심 어린 수혜자 이야기 |
바리스타의 인사 | 정기적인 뉴스레터, 기부자 소통 챗봇/메일 |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부자 여정 설계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은 디지털 CRM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부자 중심의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추었고, 포스코 1%나눔재단은 기업의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실질적인 지역사회 기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카카오의 '같이가치' 플랫폼은 접근성 높은 온라인 환경을 통해 소액 기부 문화를 확산시켰고, 투명한 기부금 내역 공개로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여정 설계는 단기적인 기부를 장기적인 관계로 전환시켜줄 뿐만 아니라, 기부자 만족도와 재참여율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기부자가 “나는 환영받고 있어”, “내가 만든 변화가 보인다”고 느끼는 그 순간, 기부는 단순한 일회성 행위에서 의미 있는 여정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진정한 기부의 가치는 완성됩니다.
마치면서
스타벅스의 사례를 보았듯이 커피 한 잔에도 감동을 주는 시대입니다. 이름이 적힌 컵, 익숙한 향기와 음악, 편리한 주문 시스템까지 우리는 이제 일상의 작은 소비에서도 ‘경험’을 기대하고, ‘정성’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렇다면 기부는 어떨까요? 기부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택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부자에게 단순히 ‘좋은 일에 동참했다’는 기분 이상의 감동을 선사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기부자가 스스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 “내가 기여한 일이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 여정의 모든 경험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기부자의 첫 방문부터, 기부 참여, 그리고 이후의 피드백과 재참여까지 작은 터치 하나, 짧은 메시지 하나에도 정성을 담아야 합니다. 기부는 공감을 넘어 사명감을 전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사명감은 경험이라는 디자인을 통해 비로소 기부자의 마음에 깊이 새겨집니다. 기부자가 머무는 순간마다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내 선택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경험의 조각 하나하나까지도 정성스럽게 다듬어야 합니다. 그렇게 기부는 행동이 아니라, 관계가 되고 기억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또 다른 참여와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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