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기부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종종 기부자를 '후원자', '지원자', '기부금 낸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진짜 기부자는 단순히 돈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에 공감하고, 어떤 가치를 믿으며, 그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관계의 시작점’입니다. 그래서 기부자를 더 깊이 이해하는 도구로 ‘기부자 페르소나’가 필요합니다. 기부자 페르소나는 단순히 마케팅에서 말하는 타깃 세그먼트 개념이 아닙니다. 어떤 연령대인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가치에 반응하는지를 스토리 기반으로 구체화해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콘텐츠 기획, 캠페인 네이밍, 후속 소통까지 훨씬 더 진정성 있게 설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40대 직장인 여성, 두 자녀의 엄마이자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고, 환경 이슈에 민감한 기부자"가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 기부자에게 전달할 메시지는 단순히 '후원해주세요'가 아니라, "당신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 지금 함께 만들어주세요"라는 식의 연결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기부자 페르소나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우리 기관의 실제 기부자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연령, 기부 패턴, 자주 읽는 콘텐츠, 이벤트 반응 등을 분석하고, 대표적인 유형 2~3명을 스토리로 재구성해보세요. 이름을 붙이고, 라이프스타일, 관심사, 기부 동기를 적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기부자 페르소나는 단순한 분석 도구가 아니라, 기부자와의 공감을 설계하는 창입니다. 지금 나의 기부자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왜 우리에게 마음을 열었는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보세요. 오늘은 기부자 페르소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부자 페르소나 - 따뜻한 정희 씨
우리가 만나고 싶은 기부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기부자 페르소나는 단순한 프로파일링이 아니라, 공감 기반의 관계 설계 도구입니다. 여기, 우리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숙자씨는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가르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매달 소액 정기기부였습니다. 그녀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동 교육, 여성 권리의 문제입니다. 기부 방식은 복잡한 절차보다 자동이체나 간편한 후원 앱을 선호하고, 기부 이후에는 "내가 만든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단순히 후원했다는 사실보다, 누군가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정희씨는 감동적인 실화를 좋아하고, 수혜자의 편지나 영상 후기를 볼 때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메시지 톤은 딱딱한 보고서 스타일보다는 따뜻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표현을 선호하며,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는 정기적인 뉴스레터나 감사 편지, 오프라인에서 소규모 나눔 행사에 초대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숙자 씨를 위해 우리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수혜자의 변화 스토리, 인터뷰 영상, 그리고 기부 이후의 피드백 콘텐츠를 통해 진정성을 전달하고, 카카오채널이나 이메일, SNS를 통한 일상적인 연결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특히, ‘나의 기부가 아이들의 교육에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부 여정 공유는 정희 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다음 세대를 위한 나눔 교육 프로그램이나 기부자 가족 참여형 행사를 기획하여 운영함으로 그녀의 가치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연말에 보내는 성과 리포트 역시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변화 중심의 서사로 구성되어야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MZ세대 기부자 페르소나 – 실천하는 바다씨
바다씨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디자인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평소에도 '가치 있는 소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리적 패션 브랜드를 선호하고, SNS에서 본 기부 캠페인에 자주 참여하는 편입니다. 월급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으며, 인증샷을 올리며 친구들과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바다씨는 기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는 나’라는 자부심을 얻고 싶어 합니다.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해주는 콘텐츠를 좋아하며, 참여형 캠페인이나 굿즈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볍고 유쾌하지만, 진정성 있는 소통을 선호하는 하늘 씨는 '내가 주체가 되는 기부'를 꿈꿉니다. 우리 기관은 바다 씨에게 ‘인증 가능한’ 기부 경험, 나와 연결된 콘텐츠, 실시간 변화 공유를 제공하며, SNS 중심의 소통 전략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마치면서
이렇게 작성한 페르소나는 모금 캠페인 기획 시 어떤 기부자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와 채널로 접근할지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면 SNS 캠페인과 굿즈 중심의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고, 고액기부자 대상이라면 포럼이나 간담회 같은 고도화된 참여 채널을 설계할 수 있죠. 또한 콘텐츠 제작 방향 설정 시 각 페르소나의 감성 코드에 맞는 콘텐츠 기획이 가능해집니다. 감동적인 영상, 수혜자 인터뷰, 리포트 등 다양한 형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언어와 톤으로 구성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원자 소통 전략 수립 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정기 뉴스레터의 주제, 발송 주기, 감사 메시지의 포맷까지—기부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가능해지며, 이는 곧 기부자 만족도와 재참여율로 이어집니다 요약하면, 페르소나는 막연한 기획이 아닌 기부자 중심 전략을 세우는 실질적 도구입니다. 이해가 깊을수록 관계는 길어지고, 캠페인의 성과도 달라집니다. 기부자와의 관계, “이해”에서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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