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기부는 마음이다.”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오늘날 모금기관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기부자들은 더 이상 단지 ‘좋은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부하지 않습니다. 내가 낸 돈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가, 그 변화가 실제로 필요한 곳에 닿았는가를 점점 더 묻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부자는 감사 인사보다 결과 보고를 원하고, ‘좋은 마음’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많은 모금기관이 디지털 전환과 기부자 중심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서 기부자의 기대 수준도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모금액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어떻게 쓰였고, 어떤 사회적 가치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일이 필수가 된 것이죠. 바로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임팩트 평가(Impact Evaluation) 입니다. 이제는 “얼마를 모았는가”보다 “무엇을 바꾸었는가”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 오늘은 그 변화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 모금기관이 왜 임팩트 평가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기부자의 믿음과 재참여를 이끄는 보고와 설계를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기부자, ‘내가 만든 변화’를 알고 싶어한다
오늘날 모금기관은 단순히 기부금을 모으는 조직이 아닙니다. 이제는 사회적 변화를 설계하고, 그 변화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임팩트 중심 조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기부 트렌드는 ‘성과 기반 기부(Results-based Giving)’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부자들은 이제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쓰였는가?”를 넘어서 “그래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임팩트 평가(Impact Evaluation)’입니다. 임팩트 평가는 단체가 수행한 활동이 단순한 결과를 넘어 실제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입니다. 즉, 기부금으로 몇 명을 도왔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적하고 설명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대학이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해보세요. 단순 결과로는 “95명이 수료했습니다, 30명이 진로를 결정했습니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 평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의 진로 불확실성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자존감이나 학업 지속 의지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등 심리적·행동적 변화까지 추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기부자가 알고 싶어 하는 ‘내가 만든 변화’입니다. 실제 임팩트 평가 항목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출은 기부로 인해 즉각적으로 발생한 결과를 말하지만, 결과는 단기간 나타나는 행동변화와 성과를 마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말하는 임팩트 평가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사회변화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임팩트 평가를 실제로 어떻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첫째, 계획 단계부터 임팩트를 설계해야 합니다. 사업 목표를 ‘변화’ 중심으로 수립하고, 어떤 데이터를 언제 수집할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캠페인 시작 전 설문을 진행해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고, 종료 후에도 동일 항목으로 사후 조사를 실시하면 간단한 전·후 비교가 가능합니다. 둘째, 정성적 자료와 정량적 자료를 함께 수집해야 합니다. 단순 수치만으로는 사람의 변화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혜자의 인터뷰, 감사 메시지, 영상 등의 스토리 기반 콘텐츠도 함께 수집하여 감동과 데이터를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임팩트 리포트 형식으로 공유하세요. 단체의 뉴스레터나 블로그, 브로슈어 등을 통해 기부자에게 ‘성과 보고서’가 아닌 ‘변화의 이야기’를 전달하세요. “당신의 기부로 한 아이가 학교를 졸업했어요.”처럼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부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CRM 시스템에 수혜자 데이터, 기부자와의 연결 정보를 통합하고, 평가 내용을 축적함으로써 다음 사업과 캠페인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임팩트 평가는 단발성 결과보고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지속적으로 변화의 흐름을 추적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임팩트 평가는 단순히 기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개입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가’를 스스로 확인하고, 다음을 위한 더 나은 기획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도구입니다. 기부는 결과로 이어져야 하며, 그 결과는 공유되어야 지속 가능한 신뢰가 만들어집니다.
마치면서
기부는 단순히 ‘돈’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기부는 ‘신뢰’를 주는 것이고, 그 신뢰는 소통과 변화의 증명, 즉 임팩트 평가를 통해 쌓입니다. 임팩트 평가는 기부자 만을 위한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팩트 평가는 또다른 의미에서 모금기관에 '거울'이 됩니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바로 임팩트 평가입니다. 이 임팩트 평가를 통해 우리는 또 그 다음 전략의 나침반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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